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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아름다운 호반 도시 켈로나(Kelowna). 오카나간 호수에서
한익수회장 가족과 함께 |
글 : 사진 한 익수 회장
인생이라는 긴 여행길에서 가장 소중한 동반자는 누구일까.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성공의 순간이나 시련의 언덕을 넘을 때나 언제나 내 곁을 지켜준 아내가 있었다. 그렇게 손을 잡고 함께 걸어온 세월이 어느덧 48년이 되었다.
오늘은 우리 부부의 결혼 48주년 기념일이다. 1978년, 젊은 두 사람이 하나의 인생을 약속했던 그날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반세기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검은 머리에는 흰 서리가 내려앉았고, 청춘의 뜨거운 열정은 잔잔한 사랑과 깊은 믿음으로 익어갔다.
마침 캐나다의 연휴를 맞아 사위가 우리 부부를 위해 3박 4일의 특별한 여행을 준비해 주었다. 목적지는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아름다운 호반도시 켈로나(Kelowna). 오카나간 호수의 푸른 물결과 풍요로운 과수원, 그리고 아름다운 포도밭으로 이름난 곳이다. 단순히 새로운 풍경을 찾아 떠나는 길이 아니라, 함께 살아온 48년의 세월을 돌아보고 서로의 존재에 감사하는 시간이라 더욱 뜻 깊었다.
산과 호수가 빚어낸 한 폭의 수채화
켈로나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산과 산 사이로 길게 펼쳐진 오카나간 호수였다. 길이가 135km에 달하고 면적은 서울시의 절반에 이르는 거대한 호수다. 끝없이 이어지는 푸른 물결, 호수를 감싸 안은 부드러운 산등성이, 그리고 그 위로 유유히 흘러가는 흰 구름까지 자연이 그려 놓은 한 폭의 수채화가 눈앞에 펼쳐졌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아름다운 호반 도시 켈로나(Kelowna). 오카나간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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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크 컨트리의 리조트에서 내려다보는 호수의 풍경은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아침에는 맑은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이고, 한낮에는 짙푸른 하늘을 품어 더욱 깊은 청색으로 물든다. 바람과 구름에 따라 표정을 바꾸는 호수를 바라보며 문득 우리 부부가 걸어온 세월을 떠올렸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아름다운 호반 도시 켈로나(Kelowna). 오카나간 호수
인생도 저 호수와 같지 않았던가. 햇살처럼 환한 날도 있었고 먹구름이 몰려오는 날도 있었다. 때로는 거센 바람에 흔들리기도 했지만, 우리는 서로의 손을 놓지 않고 오늘까지 걸어왔다. 젊은 날에는 앞만 바라보며 달려왔다. 자동차 산업의 현장에서 수많은 도전과 시련을 겪었고, 해외 근무로 낯선 땅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했던 때도 있었다. 그 긴 세월 동안 묵묵히 가정을 지키고 나를 믿어준 아내가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 호수를 바라보는 아내의 옆모습을 보며, 사랑은 젊은 날의 뜨거운 약속으로 시작하지만 오랜 세월 서로를 지켜주는 믿음 속에서 완성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포도밭에서 만난 세월의 향기
켈로나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와이너리다. 우리가 찾은 ‘미션힐 패밀리 에스테이트 와이너리(Mission Hill Family Estate Winery)’는 언덕을 따라 펼쳐진 초록빛 포도밭과 오카나간 호수가 어우러진 명소였다. 잘 정돈된 포도나무 사이로 가을 햇살이 내려앉고 푸른 호수가 한눈에 들어오는 그곳에 서 있으니 마치 시간이 잠시 멈춘 듯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아름다운 호반 도시 켈로나(Kelowna). 오카나간 호수
좋은 음식과 함께 와인을 음미하는 시간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잔을 들어 빛깔을 살피고 향기를 음미한 뒤 한 모금 마시니, 포도밭의 햇살과 바람이 와인 속에 녹아 있는 듯했다. 오랜만에 맛보는 별식과 향긋한 와인에 기분 좋은 취기가 살짝 올라왔다. 아내와 눈을 마주치며 미소를 지었다.
와인이 오랜 시간 숙성될수록 깊은 향과 맛을 내듯, 부부의 사랑도 이와 다르지 않다. 젊은 시절의 사랑이 갓 수확한 포도처럼 싱그럽고 달콤했다면, 48년을 함께한 지금의 사랑은 오랜 세월 숙성된 와인처럼 깊고 그윽하다. 세월은 젊음을 가져갔지만, 대신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과 말없이도 통하는 깊은 믿음을 선물해 주었다. 좋은 와인은 세월이 빚어내고, 좋은 부부는 함께 견뎌온 시간이 만들어 낸다.
가족이라는 이름의 사과나무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아름다운 호반 도시 켈로나(Kelowna). 오카나간 호수
생각해 보면 우리 부부의 48년은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함께 가꾸어 온 시간이었다. 때로는 거친 바람을 막아주고 때로는 메마른 땅에 물을 주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었다. 그렇게 정성껏 가꾼 나무에서 자녀들이 곧게 성장했고, 이제는 손주들이라는 예쁜 열매까지 맺혔다.
이번 여행이 더욱 고마운 것은 사위의 따뜻한 마음 때문이다. 부모의 결혼기념일을 기억하고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주기 위해 여행을 계획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누리는 행복은 반드시 크고 화려한 것만은 아니다. 누군가 나를 기억해 주고, 나의 기쁨을 함께 기뻐하며, 작은 정성을 기울여 줄 때 우리는 삶의 진정한 풍요로움을 느낀다. 사위가 마련해 준 이 아름다운 여행은 우리가 오랜 세월 가꾸어 온 ‘가족’이라는 사과나무가 안겨준 또 하나의 귀한 선물이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아름다운 호반 도시 켈로나(Kelowna). 오카나간 호수
가을은 감사의 계절
나는 오랜 세월 기업을 경영하며 생산성과 품질, 혁신과 성과를 이야기해 왔다. 그러나 인생의 후반부에 이르러 깨닫는 것은 가장 소중한 성과가 결코 숫자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서로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함께 여행할 수 있는 건강이 있으며,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인생 최고의 축복이 아닐까.
오카나간 호수의 물결은 오늘도 쉬지 않고 흐르고, 호수 위의 구름은 바람을 따라 천천히 흘러간다. 우리의 인생도 그렇게 흘러왔다. 48년 전,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출발한 인생의 여행은 이제 아름다운 가을을 지나고 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아름다운 호반 도시 켈로나(Kelowna). 오카나간 호수
그러나 가을은 결코 끝을 의미하지 않는다. 가을은 열매가 익어가는 계절이며, 지나온 수고가 감사와 기쁨으로 결실을 맺는 계절이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나 더 빨리, 얼마나 더 멀리 가느냐 보다 얼마나 더 사랑하고 감사하며 살아 가느냐 가 중요하다.
저녁 햇살이 오카나간 호수 위에 부드럽게 내려앉는다. 그 풍경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조용히 고백해 본다.
“여보, 지난 48년 동안 참 고마웠소. 당신이 있었기에 내 인생은 외롭지 않았고, 힘든 날에도 다시 일어설 수 있었소.”
그리고 또 하나의 소망을 품는다. 앞으로도 건강하게 서로의 손을 잡고 아름다운 세상을 함께 여행할 수 있기를, 그리고 결혼 50주년 금혼식에도 오늘처럼 서로를 마주 보며 웃을 수 있기를 말이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아름다운 호반 도시 켈로나(Kelowna). 오카나간 호수
사랑은 함께한 세월의 길이가 아니라, 그 세월 속에서 서로에게 얼마나 따뜻한 사람이 되어주었는가에 달려 있다. 켈로나의 푸른 호수는 오래도록 우리 부부의 마음속에 남을 것이다. 그곳에서 우리는 아름다운 풍경만 본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온 48년이라는 세월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선물인지를 다시 한번 깨달았기 때문이다.
2026년 10월, 캐나다 켈로나에서
— 결혼 48주년, 인생의 가을에 다시 피어난 사랑을 기억하며
한 인수 회장

'우리는 우리를 넘어섰다' '혁신의 비밀' '결국 꿈은 이루어진다' '성경속 혁신의 비밀' 저자
RBPS경영연구소 대표
GM Poland FSO에서 부사장으로 근무했음
한양정밀에서 사장으로 근무했음
《한익수 지음, 『성경 속, 혁신의 비밀』
사람이 변해야만 세상이 변한다며 혁신의 비밀들을 성경서 찾아냈다 지구촌 살리는 길이 이 책속에 있구나
GM의 폴란드법인 부사장과 한양정밀 사장을 역임 .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석탑산업훈장,
기업혁신대상 대통령상, 대한민국 아이디어대상 CEO 대상을 수상..
저서로 『우리는 우리를 넘어섰다』, 『혁신의 비밀』,『결국, 꿈은 이루어진다』등이 있다.
“포도나무 비유”(요한복음 15장) 속에서 찾은 혁신의 지혜를 바탕으로 30여 년간 연구와 실전을 통해 구축한 “환경품질책임제”(RBPS) 경영혁신 시스템을 대기업, 중소기업, 사회단체 교회, 대학의 최고위과정 등에서 1,000회 이상 강의를 하고 있는 국내 최고 혁신경영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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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리 : 노년신문 = 성 수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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