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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흥약국 |
[강화-노년신문] 성 수목 기자=바다 건너 작은 섬 마을 인천 강화군 내가면 황청포. 저녁 노을이 내려앉으면 서해 바다는 온통 붉고 아린 빛으로 물든다. 그 가슴 시린 풍경 속, 지나는 이의 발걸음을 절로 멈추게 하는 아담하고 소박한 공간이 있다. 이름처럼 차가운 식어버린 생명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는 곳, 바로 ‘부흥약국’ 서미숙약사 선생님이다.
도시의 약국들은 분주하다. 차가운 번호표가 울리고 건조한 목소리로 약을 건네면 그 만이다. 그러나 내가면 부흥약국에는 디지털의 숨 가쁜 속도도, 삭살한 상업적 계산도 존재하지 않는다.
구불구불 흙길을 지나, 고된 농사일에 굽은 허리를 겨우 이끌고 약국 문을 여는 시골 어르신들. 그 험한 세월을 고스란히 담은 거칠고 굳은살 박힌 손을 마주할 때, 서미숙 약사선생님은 언제나 약 봉투 대신 그 손을 먼저 꼭 감싸 쥔다.
“어르신, 오늘도 많이 아프셨어요? 고생하셨네.”
그 한마디에 어르신의 깊은 눈가에는 그렁 그렁 이슬이 맺힌다. 차가워진 손끝에 전해지는 온기는 자식들의 발길마저 뜸해진 외딴 시골 마을에서 어르신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위로이자 안식처다. 약을 먹기도 전에, 그 따뜻한 눈빛 하나 만으로도 시린 아픔은 이미 반 이상 가라앉는다.
교통이 불편해 병원 가기조차 쉽지 않은 농촌 마을에서 부흥 약국은 단순한 투약 공간 그 이상이다. 세상이 잊어버린 온기를 품은 등대이자, 마르지 않는 오아시스다. 환자가 아픈 곳을 말하면 귀를 쫑긋 세우고 그 기막힌 사연을 가슴으로 받아준다. 웬만한 의사보다 더 깊이 마음을 헤아리고, 약 하나를 지어줘도 밥상은 어떻게 드시는지, 밤잠은 설치지 않는지 꼬치꼬치 안부를 묻는다. 약국 문을 나서는 어르신의 뒷모습에 외로움이 깃들 틈이 없도록, 늘 마음 한가득 사랑을 쥐여 돌려보내는 이다.
메말라가는 각박한 세태 속에서 타인을 조건 없이 품는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서미숙 약사선생님은 내가면의 바닷바람처럼 자연스럽고 묵묵하게, 수십 년을 그 자리를 지키며 진정한 ‘사랑의 실천’을 보여주고 있다.
그녀의 손길은 가벼운 날갯짓처럼 시골 어르신들의 지친 일상을 어루만진다. 내가면 고천리의 저녁놀이 아무리 붉게 타오른들, 부흥약국 안에서 피어오르는 그 사람 냄새 나는 온기만큼 우리의 가슴을 뜨겁고 뭉클하게 적실 수 있을까.
오늘도 부흥약국에는 투박하지만 진심 어린 마음들이 오간다. 서미숙 약사선생님이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와 마주 잡은 두 손의 온기가 강화의 찬바람을 녹이고, 이 각박한 세상의 시린 가슴을 따뜻하게 물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