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백의 ‘별’
골프백의 ‘별’
  • 노년신문
  • 승인 2019.07.09 14: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중탁 미국 골프 티칭프로(USGTF)의 재미있는 골프이야기 63

지난해 5월 1일 경남의 한 골프장에서는 30대 남성 골퍼가 뒷팀이 친 공이 자기 주변에 떨이지자 캐디의 뺨을 때리고 욕설을 퍼붓다가 불구속 입건되었다. 
그런데 골프장 측은 피해자 캐디에게 가해자 남성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할 것을 강요했고 결국 사과한 캐디는 사직서를 내고 남성을 경찰에 고소했다.

우리는 라운드를 할 때면 항상 캐디를 만난다. 한 경기를 잘 치를 수 있게 도와주는 경기보조원이다. 캐디의 역할은 설명 필요없이 여러모로 없어서는 안될 도우미다.
엄밀히 말하면 상거래상 캐디는 골퍼와의 서비스 매매계약 당사자다.

계약서는 없는 구두계약이나 사회통념으로 인정되는 댓가를 주고 캐디의 서비스(용역)를 고객이 구매한 것이다.

그런데 이 거래의 특징은 고객의 뜻이나 선택권이 무시된 골프장 측의 일방적 서비스 강매에 해당되고, 캐디 입장에서도 원하는 고객을 선택해서 서비스를 팔 수 없는, 즉 양측 모두에게 불공정한 거래에 해당된다.

상호 상대방을 평가하고 골라서 거래할 수 있어야 공정한 거래요 자유시장경제 원칙에서의 거래다. 이런 원칙의 보호를 위해 공정거래법도 만들어졌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고객은 왕이라는 고정관념이 사회통념으로 자리잡기 시작해서 구매자는 판매자보다 항상 우위에 있다고 여겨져 왔고 이런 배경으로 갑질문화가 생겼다고 할 수 있다.

캐디는 그 댓가에 상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도 손님은 거래상 절대우위(갑) 캐디는 절대하위(을)로 여기는 비합리적이고 모순된 상관습이 존재하고 있는 곳이 우리 골프계다.

살 사람이 팔 사람보다 적은 시장상황 (Buyer’s Market)에서는 구매자가 판매자 위에 있을 수 있지만, 그렇더라도 자기 제품이나 서비스를 팔던 말던 누구에게 팔던  판매자(캐디)의 의사요 결정권이다.

미국 어느 도시에서 우리 교포노인들이 햄버거 가게에서 쫓겨났다. 가게 측이 장시간 앉아 놀고있는 이들에게는 햄버거를 팔지 않겠다며 강제로 내보냈다.
이들은 누구나 구매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며 법에 호소 했지만 패소했다.

미국에서는 ‘팔지 않을 권리’(Right not to sell)도 보장된다. 마음에 안 드는 손님에게는 팔지 않아도 된다는 뜻으로 미국에서는 소비자가 항상 왕일 수는 없다. 
라운드 후 캐디업무 수행 평가를 골프장측에서 손님에게 요구한다.

대부분 ‘아주 잘 함’이라고 모든 항목에 V 표시를 하지만 ‘잘 못함’ 표시를 하는 경우도 드물게 있다. 이 경우 캐디는 업무상 큰 불이익을 받고 업무배제로 금전적 손실도 입는다.

그런데 반대로 캐디들의 고객에 대한 평가제도는 공식적으로 전혀 없다. 비매너 폭언 욕설 등 골프장 출입을 당연히 막아야 할 소위 ‘진상고객’들도 있는데도 그들을 평가 할 수 없다. 고객은 어떤 경우에도 상위 즉 왕이기 때문이다.

영업상 한 사람의 고객도 소중하겠지만 그런 진상고객 하나로 인하여 나머지 모든 고객들이나 골프장 전체의 피해로 이어진다. 모든 고객이 왕이라는 잘못된 인식은 골프장 스스로 갑질문화를 조장하는 행태로,결국 부메랑이 되어 골프산업 전체에 누를 끼치게 된다.

캐디들은 손님들에 대한 불만을 그 어디에도 하소연 못하고 숨어서 눈물 흘리며 분을 삭히고 있다.

이러한 열악한 근무조건때문에 중상급 임금직종인데도 캐디 지망생이 급감하는 현상은 골프장 측이 자초한 사태라고 할 수 있다.
30여 년 전 대부분 골프장에서는 One Bag 1대1 밀착서비스로 캐디가 손님을 더 깊이 알 수 있었다. 지금처럼 당시에도 캐디들끼리만 통하는 은어와 은밀한 손님 평가방법이 유행했었다.

불만 정도에 따라 그 고객 골프백 특정부분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별을 한 개에서 다섯 개까지 손님 몰래 그려 놓는다. 고객들의 메너등급 표시 암호다.
필자도 이런 챙피를 당한 경험이 있었는데 언제 어디서 누가 왜 이런 낙인을 찍었는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이 후부터는 캐디에 대한 매너에 각별히 신경쓰게 되었다.

캐디를 대등한 서비스계약 당사자로 인식하자. 캐디도 고객을 평가하고 선택할 권리를 인정하자. 
그 고객의 등급을 알면 서비스전문가 캐디는 이에 노련하게 대처하며 고객을 만족시키고 고객의 등급도 향상시킬수도 있다고 본다.

다른 골퍼들에게도 피해를 주는 진상고객을 가려내 퇴출하고 우수고객은 격려하여 수준 높은 신사숙녀들만의 골프문화를 조성 해야만 골퍼와 캐디가 다같이 예우 받고 골프산업도 살 길이 아니겠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